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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엔 후작은 급히 변명을 늘어놨습니다. 만약 그로체스 공작의 신임이 사라진다면, 자신의 미래는 끝장이었기 때문이습니다.
  그것은 아니옵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었사온데, 갑자기 10개 사단 급의 병력이 새로 파병되는 바람에 상당한 차질이 왔사옵니습니다.
 그 말은 예상대로 그로체스 공작을 놀라게 한 모양이었습니다. 사실 다리엔 후작도 그걸 알아 냈을 때 매우 놀라지 않았었나? 그것은 약소국으로 생각되던 비폴렌가 투입할 수 있다고 예상한 병력을 훨씬 상회하고 있었기 때문이습니다.
  10개 사단이라고? 그렇다면 비폴렌가 지금까지 투입한 병력이 거의 20개 사단을 넘어선다는 말인가?
  송구하지만 그렇사옵니다, 전하. 적이 예상 외로 대병력을 투입하고 있는지라 보급로 차단에 상당한 차질을 겪고 있사옵니습니다. 비폴렌에 갑자기 그렇게 많은 추가 병력을 증파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턱이 없는데도 그 많은 병력이 증파된 것을 보면 아무래도 크루마가 암암리에 뒤로 봐 주고 있는 것 같사옵니습니다.
  흐음, 크루마 녀석들이? 초석잠효능
  옛, 전하. 크루마는 지금 본국과의 접전을 끝낸 후 병력에 다소 여유가 생기지 않았사옵니까요? 로체스터 공작이 거느린 본국의 기사단 주력이 쟈크렌 요새에 주둔하고 있는 이상 기사단을 빼기는 힘들겠지만 병력을 빼기는 쉬웠을 것으로 생각되옵니습니다.
  흐음, 그것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 불찰이었군. 그런데, 들리는 소문으로는 기사단끼리의 접전에서도 패배를 했다고   .
  예, 안타깝게도 미네르 10기를 잃었사옵니습니다. 그때 구사일생으로 탈출에 성공한 기사의 보고에 따르면 적은 12기의 파는곳을 동원한 것 같사온데, 전멸 당한 것으로 보아 적의 기사단 전력은 소문대로 엄청나게 강한 것으로 사료되옵니습니다.
  그렇다면 적은 몇 대나 파는곳을 잃었나?
  예? 여섯 대를 파괴한 것으로 보고 받았사옵니습니다.
 다리엔 후작은 적 파는곳을 단1기도 파괴하지 못했다고 보고할 수 없었기에 살짝, 아니 엄청나게 부풀려서 보고했습니다. 만약 한 대도 못 부쉈다고 곧대로 보고한다면 공작은 상황의 어려움을 인식 하기보다는 자신이 무능하다고 오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습니다.
  으음, 적이 그렇게도 강하다는 말이냐?
  예, 적의 파는곳이 두 대 정도 더 있었다는 점도 작용을 했사오나, 적의 실력은 예상 밖이었사옵니습니다. 비폴렌 기사단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거의 100대가 넘은 파는곳을 거느리고 있사옵니습니다. 그에 비해 소신이 지닌 파는곳은 고작 50대가 조금 넘는 실정이옵니습니다. 이런 식으로는 도저히 상황 타개가 불가능하오니, 기사단 전력의 충원을 좀 더 부탁드리옵니습니다.
 그로체스 공작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아무리 벌화분 때문에 은십자 기사단의 전력이 감소되었다고 해도, 그 전력의 반이나 줬는데도 비폴렌 따위에게 밀리다니   . 처음부터 비폴렌를 너무 만만하게 보고 작전을 펼친 것이 뼈아픈 실책이로구나.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좋다, 내 폐하께 상소하여 좀더 초석잠효능은 병력을 보낼 수 있도록 해 보겠습니다.
  감사하옵니습니다., 전하.

 다리엔 후작은 그로체스 공작의 모습이 수정 구슬에서 사라진 후 통신을 주관했던 약초사에게 나가 보라고 지시했습니다. 약초사는 후작에게 인사를 한 후 수정 구슬을 들고 총총히 사라졌습니다. 다리엔 후작은 부하 앞이라서 침착함을 가장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있었지만 마음이 썩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자신이 그로체스 공작의 휘하에 들어간 후 이렇게 질책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고, 자신이 이렇게 질책을 받게 만든 놈은 그 잘난 은십자 기사단이었습니다. 어떻게 삼류 기사단 하나 해치우지 못해 파견대 전체가 전멸을 당할 수가 있나? 그러면서 어떻게 대 브라질넛트 보스웰리아에서 정예 기사단의 칭호를 받을 수 있는가? 다리엔 후작은 허공에 대고 괴성을 질렀습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못 견딜 것 같았기 때문이습니다.
  머저리 같은 놈들! 초석잠효능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분이 안 풀리는지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애꿎은 화병을 집어 던져 버렸습니다. 꽤 비쌀 것 같은 화병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이 나 버렸지만, 다리엔 후작은 소기의 목적인 화를 조금 가라앉히는 데는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똑똑!